서울에 사는 사람들만큼 돈까스 부심이 큰 사람들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경기도에 제일 끝 외곽에 있는 작은 동네에 삽니다.
항아리상권이고 동네에 있는 대부분의 음식점을 다 알고 있는 정도입니다.
이 동네에 돈까스집이라고 하면 돈까스클럽이랑 냉면이랑 같이 주는 돈까스 정도가 가장 오래되었고 그 외엔 체인점 아니면 젊은 친구들이 새로 내는 가게들입니다.
요즘은 일본식 돈까스를 내는 게 추세여서 소스는 다 따로 나오고 안심은 반을 잘라서 그 핑크핑크한 빛깔이 보이도록 플레이팅 하는 게 추세입니다.
저는 일본식 돈까스보다 옛날 경양식 돈까스를 좋아하는데 그런 옛날식은 보기 힘들더군요.
그래서 돈까스클럽을 더 자주 가게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어쩌다가 한번 명동을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명동에서 유명한 돈까스집을 한번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가운데 바처럼 빙 둘러서 먹을 수 있게 되어있었고 가운데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 돈까스를 튀겨서 칼로 자각자각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계속 자르고 있었는데 그 분위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바삭한 돈까스 자르는 소리가 정말 좋았고 그 소리를 들으며 돈까스를 먹는데 우와~~ 돈까스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 처음 알았습니다.
그 이후로 사람들을 만나서 돈까스 이야기가 나오면 명동에서 먹었던 돈까스집을 항상 얘기했는데 신기하게 경기도 거주민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면 다들 신기해하고 궁금해하고 자기네 동네에 어떤 집이 있는지 서로 공유하곤 합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서울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면 명동에서 먹은 돈까스집을 이야기하자마자 바로 거기는 요즘 별로고 가장 맛있게 먹은 어디어디 돈까스집을 추천해주곤 합니다.
제가 충분히 맛있게 먹었다는데도 거기는 요즘 별로고 다른데 더 맛있는 집이 있다며 말을 끊어버립니다.
물론, 추천해주는 집이 정말 맛있어서 그랬겠지만 제가 맛있게 먹었다는 그 추억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 같아서 좋게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신기하게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나름의 돈까스 부심이 굉장히 큰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나같이 다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참 재밌다는 생각도 듭니다.
SNS를 보면 서울에 엄청 다양한 돈까스집들이 나오는데 그런 유명한 집들은 웨이팅이 기본 1시간이고 진짜 맛있는 집들은 2시간을 기다려야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대체 저 집들은 얼마나 맛있을까 궁금하긴 한데 그 집들이 아무리 맛있더라도 그때 당시에 정말 맛있게 먹었던 제 추억이 더 아래로 내려가거나 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추억은 오래될수록 더욱 가치있는 법이니까요.
요즘은 SNS에서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그런 돈까스집보다 일단 가면 스프를 먼저 주고 돈까스 위에 소스가 아주 듬뿍 뿌려진 그런 옛날식 돈까스집이 더 땡깁니다.
밥도 스쿱으로 작게 올려주는 게 아니라 따로 앞접시에 나오는 그런 스타일의 돈까스가 먹고싶습니다.
술도 좀 팔고 해서 같이 먹을 수 있고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음도 같이 끼어있는 옛날식 돈까스가 먹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예전에 먹었던 명동 돈까스 집에서 맛있는 돈까스 정식을 하나 먹고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