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으로 예의를 주입하게 만드는 오락실 이야기

요즘 피씨방을 가면 종종 아이들이 쌍욕을 하면서 큰 소리로 떠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부모님은 왜 그리들 찾는 건지;;

예전에 그랬으면 귓골목으로 끌려나와서 예절을 강제로 주입당했을텐데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낍니다.

저는 오락실 세대였고 그땐 백원짜리 1개만 있어도 무조건 오락실로 달려갔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바로 뛰어가서 인기가 많은 게임을 먼저 했는데 그렇게 게임을 하면서 정신이 팔려있으면 나중에 중학교, 고등학교 형들이 우르르 쏟아지곤 했습니다.

그 분들이 오면 알아서 자리를 비켜줘야하니 국민학생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가 않았죠.

당시엔 대전게임을 하면 한 게임기에 붙어서 해야했습니다.

바로 옆에 붙어서 게임을 하다보면 내가 아무리 잘해도 여기서는 져줘야한다는 느낌이 슬슬 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한 판 질때는 괜찮은데 두번째 질때는 슬슬 욕설을 하기 시작하고 세번째 내리 지면 그때는 더 심한 쌍욕이 튀어나옵니다.

그러면 이제 슬슬 져줘야하는 타이밍이구나 저절로 알게 됩니다.

그런데 눈치없이 계속 이기다보면 결국은 게임을 끄고 가거나 아니면 멱살을 잡혀서 끌려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멱살을 잡혀서 끌려나가면 그냥 맞고 끝나는 게 아니라 얼마있는지 물어보고 그 돈을 빌려가기도 합니다.

말이 빌리는거지 그냥 삥 뜯기는 겁니다.

저는 실시간으로 저 머리 위에 철제 의자가 날라가는 장면도 봤었습니다.

킹오파 같은 대전게임이었고 제 왼쪽이랑 오른쪽에 게임기가 있는 상태에서 저는 1942인가 그런 비행기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좌우에서 대전을 하는 형들이 있었는데 한쪽 형이 유독 빡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형은 오락실에서 자주 봤던 얍삽이 전문가였는데 왼쪽에 있는 형이 질때마다 욕을 하는 게 좀 심상치 않았습니다.

큰 소리로 욕설을 한다는 것은 니가 이제는 져줘야한다는 무언의 압박이었음에도 얍삽이 전문가 형은 절대로 굴하지 않고 계속 이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뭔가 심상치않은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싶을때 갑자기 제 머리 위로 오락실에 있는 그 등받이 없는 철제의자가 날아았고 얍삽이 전문가 형은 그 의자에 맞아서 이빨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때는 그런 일이 있어도 경찰은 오지 않고 오락실 사장님도 여기서 이게 무슨 짓이냐며 둘을 그냥 내보내고 상황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었으니 누가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학생들끼리의 싸움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갔던 시절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오락실 내에서는 암묵적인 폭력이 자행되곤 했습니다.

그런 시절이었으니 당연히 나이가 어린 친구들은 저절로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고 뭔가 형들이 욕설을 시작한다고 하면 내가 아무리 잘해도 져주고 나오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부모 욕을 한다? 그런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는 피씨방이 나왔던 초창기에도 마찬가지였는데 너무 시끄럽게 굴면 리니지를 하던 아저씨 중 한 명이 나와서 의자를 뒤집어질듯이 재끼고 주의를 주곤 했습니다.

더 떠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쫓겨나는 건 기본이었습니다.

그런 시절에 살았으니 요즘 초등학생들이 부모욕을 하고 떠드는 것 자체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그냥 좋은 시절을 사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세상이 바뀌었음을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블로그 관련 문의는 아래 댓글에 남겨주시면 됩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