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친구들은 당구를 잘 안 치는 것 같은데 제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만 해도 중학생들끼리 몰려서 당구장에 다니곤 했습니다.
학교에선 당구장에 가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학교 근처로는 안 다니고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다녔습니다.
당구 자체가 혼자서 칠 수는 없고 최소 2명은 있어야치는 시스템인데 두 명이선 당구비가 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저희는 보통 3명이나 4명이서 다니곤 했습니다.
그때도 아마 당구비는 10분에 1,200원정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중학생들끼리 가면 연습다마 좀 치고 그러다가 벨을 눌러놓고 한 30~40분정도 치다가 또 연습다마로 큐 하나를 돌려가며 치곤 했습니다.
당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교회 형들이랑 다니면서 겨울쯤 처음 배우게 된 것인데 크리스마스가 되면 교회에서 행사를 하고 밤새 같이 놀다가 새벽이나 다음날 아침에 집으로 들어갔었습니다.
아니면 집이 빈 교회 형네 집에서 자고 그랬었는데 갑자기 새벽까지 놀다가 새벽에 형 한 명이 저보고 당구를 쳐본 적이 있냐고 묻더군요.
저는 한 번도 쳐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 새벽에 저를 데리고 당구장에 가서 4구를 처음 알려줬던 게 제 당구인생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래봐야 잘 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울릴 정도로만 배웠는데 그때는 그게 너무 재밌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다니는 무리들을 데리고 당구장을 데려가서 당구를 전파하고 그렇게 몰려다니며 당구장에 다니게 되었는데 당구를 한 50정도 칠때는 식기나 오시를 치는 거에만 몰두했고 이후 한 80정도 치게 되니까 그때부터는 제가 당구를 좀 치는 줄 알고 다른 친구들이랑도 어울려서 놀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한 번은 평소 다니던 당구장이 아닌 다른 당구장으로 놀러갔었는데 거기에 저는 모르는 또래의 무리들이 당구를 치고 있더군요.
저를 그 당구장으로 데려간 녀석이 아닌 친구들이라고 했는데 제가 딱 보기에도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저랑 비슷비슷한 실력인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저희 테이블과 그 옆 테이블에 서로 다른 게임을 치다가 갑자기 그쪽에서 거기 얼마나 쳤는지 묻고는 물리기를 쳐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을 해왔습니다.
이용한 시간은 비슷하니 대결을 해서 진 사람이 두 테이블 값을 다 치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처음엔 끽해야 여기 30분이고 저기 30분이니 져도 얼마 나오겠나 싶어서 저는 그러자고 했는데 그 당구장을 데려간 친구놈이 갑자기 말리더군요.
안 하는 게 좋다고 말리길래 뭘 이거가지고 그러나 싶어서 어차피 개인전이니까 이기면 된다고 하며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개인전을 시작했는데 대략 6명정도 인원들 중에서 저는 2번째로 빨리 게임을 끝내고 아주 여유로운 마음으로 누가 꼴찌인지 그것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봤을때부터 가장 잘 치는 것 같았던 녀석이 꼴찌를 하면서 갑자기 결승을 불렀습니다.
저는 결승이 뭔지 몰라서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가 했는데 앞으로 게임을 2번 더 해서 최후의 꼴찌를 가리는 게 결승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꼴찌를 한 사람이 억울하면 게임은 점점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거였고 그렇게 결승으로 가니 갑작스러운 연장경기에 당황한 저는 번번이 공을 놓치고 결국 두번째 게임에서 꼴찌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세번째는 첫번째 게임의 꼴찌였던 친구와 두번째 게임의 꼴찌였던 제가 최후에 꼴찌를 가리게 되는 경기였는데 여기서도 지면서 결국 모든 게임비는 제가 다 뒤집어쓰게 되었습니다.
물리기 당구가 무서운 점은 같이 물리기를 시작한 게임을 연습다마없이 돈을 내고 참여해야한다는 점인데 당구장에 한 30분정도 치고 나가려고 갔다가 총 3판의 물리기가 더해지고 각각 테이블의 당구비가 더해지니 거의 3만원 가까이 나와버렸습니다.
사장님께 사정을 했더니 제 학생증을 달라고 하셔서 그걸 맡기고 나왔는데 그 뒤로 돈을 모아서 겨우 당구비를 마련해 내고 왔던 기억이 납니다.
당구비를 내려고 그 당구장을 찾았을때도 그 친구들은 계속 당구를 치고 있었는데 그게 아무래도 그 친구들의 수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당구장 사장님과 일종의 제휴를 맺고 만만한 학생들이 놀러오면 물리기를 제안해서 한 3시간씩 당구를 친 후 당구비를 뒤집어씌우면 그 돈을 당구장 사장과 그 친구들이 나눠갖는 그런 수법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뭐 진실은 그 친구들만 알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그 이후로는 어디가서 당구로 대결은 절대 안 하고 당구장에선 겸손해야한다는 걸 배웠는데 문득 그때 그 시절의 공기와 심장 뛰는 짜릿함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다같이 만나서 당구나 한 판 치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있을라나 모르겠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