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다닐때 급식으로 나오는 황태해장국은 가시도 좀 들어있고 국물도 딱히 진하다거나 하지 않아서 그리 좋아하는 학생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황태건더기는 빼놓고 그냥 국물만 먹는 친구들도 있었고 거기에 있는 두부조차 싫어해서 거의 안 먹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황태해장국은 군대에서도 그닥 인기가 없는 메뉴였습니다.
여전히 황태에는 굵은 가시가 잔뜩 끼어있었고 황태는 짠기가 아예 없는 무맛에 비리기까지 하니 그냥 밥이랑 반찬 먹다가 좀 목이 껄껄하면 국물 한수저 떠먹는 용도로 국을 먹곤 했습니다.
급식때도 군대에서도 황태해장국은 맛이 없는 메뉴로 낙인이 찍혔기 때문에 사회에 나와서도 딱히 내 돈을 주고 사먹는 일은 없었는데 전역을 하고 대학에 복학하기까지 남은 기간동안 노가다를 뛰던 시절에 점심으로 황태해장국을 먹으러 간 적이 있습니다.
이 동네에서 유명한 집이라며 저희를 데리고 가주셨는데 점심시간보다 좀 일찍 갔음에도 거의 만석이었고 저희도 잠깐 기다렸다가 겨우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서 해장국을 하나씩 시키고 기다리니 먼저 날달걀이 나왔고 이후 팔팔 끓는 황태해장국이 한그릇씩 나왔습니다.
밥도 따로 나왔고 일단 달걀부터 깨서 넣으라고 하길래 넣고서 국물을 한 번 먹어봤는데 그 맛은 살면서 평소에 먹던 황태해장국과는 전혀 다른 아주 진하고 시원한 맛이었습니다.
전날에 마셨던 술이 그대로 풀리는 깊은 맛이었는데 그날 처음으로 황태를 이래서 해장국으로 먹는구나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는 다른 곳에서도 그만큼 맛있는 황태해장국을 먹지 못했는데 은근히 황태해장국을 잘하는 집 찾는 게 힘들더군요.
뭔가 그냥 밥에 말아먹기 무난무난한 집밥스타일의 음식점은 두어군데 찾아봤지만 가양동에서 먹었던 그런 진짜 속이 쏵 풀리는 느낌의 해장국은 그동안 찾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동네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배달을 시켜본 적이 있는데 아무런 기대감없이 해장이나 하려고 시킨 메뉴였던 게 생각보다 너무 진하고 맛있어서 깜짝 놀랐었습니다.
그걸 먹고 컨디션이 돌아와서 겨우 살아날 수 있었는데 그 이후로 술을 마시면 그 집에서 황태해장국을 종종 시켜먹는 중입니다.
제가 맛있게 먹었던 곳은 가양동에 있는 대관령 황태해장국이었는데 그러고보니 살면서 대관령에 간 적이 없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황태덕장 인근에 유명한 해장국집을 검색해서 찾아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원주에도 맛있는 집이 있다고 들었고 대관령에도 당연히 잘하는 집이 있을거고 인천에도 잘하는 집이 있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황태투어나 다니면서 한그릇씩 해장을 해봐야겠습니다.
오늘도 저녁에 술을 한 잔 해야하는데 내일 점심은 또 황태로 먹어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