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젊었을때 의정부쪽에서 노가다를 뛴 적이 있습니다.
점심에 한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다가 김씨아저씨가 막걸리나 한 잔 하자고 해서 마시려는데 장수막걸리가 없고 지역막걸리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거라도 마시자고 해서 마셨었는데 이름이 ‘불곡산 막걸리’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15년쯤 전인데도 이름이 기억나는 게 참 신기합니다.
병은 꽤 컸고 별 기대없이 마셨었지만 굉장히 술술 잘 들어가고 맛있어서 다음에 보면 꼭 한 번 또 마셔봐야지 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발견을 못 해서 못 마시고 있었습니다.
근데 오늘 마켓컬리에서 5천원짜리 쿠폰이랑 5천원짜리 적립금을 주길래 이것저것 식재료들을 보고있는 중이었습니다.
4만원 이상 주문해야 쿠폰을 쓸 수 있다고 해서 4만원을 채우기 위해 이것저것 담았는데 대충 6~7천원쯤 부족하더군요.
그래서 막걸리라도 좀 같이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보고있는데 굉장히 낯익은 이름이 써있었습니다.
‘불곡산 막걸리’라는 이름이 딱 적혀있어서 헐! 하고 바로 담았습니다.
가격은 1병에 4,500원으로 좀 높은 편이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이건 무조건 마셔야겠다는 생각으로 2병 바로 구매했습니다.
용량이 1리터로 큰 편이었는데 예전에 마실때도 병은 꽤 컸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병이 투명하지 않고 하얀색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산 막걸리는 투명한 병에 들어있었습니다.
예전에 마셨던 그 맛이 어땠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거나 맛있게 마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름 김씨아저씨랑은 괜찮은 콤비였는데 예전 생각도 나고 참 기분이 묘합니다.
어제는 꽤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온 탓에 새벽내내 화장실 들락거리고 아침에도 죽는 줄 알았습니다.
계속 냉장고에 있는 토레타나 꺼내마시고 겨우겨우 버티다가 또 자다가 점심에 일어나서 닭죽을 시켜먹었습니다.
다른 건 못 먹겠고 죽은 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켰네요.
와이프도 밥은 먹어야하니 죽도 팔고 밥도 파는 곳에서 배달을 했습니다.
이 동네에 죽집만 대략 4~5곳은 있는데 희한하게 하나같이 다들 밍밍하고 별로 맛이 없습니다.
아무리 아플때 먹는 게 죽이라지만 어느 정도 맛은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간을 제대로 안 하는건지 뭔지 죽은 시키면 항상 후회하는 메뉴였는데 오늘 시켰던 음식점은 죽 전문점이 아니라서 그런가 간도 잘 맞고 맛있었습니다.
와이프가 먹은 덮밥도 맛이 괜찮았다고 하더군요.
별점 꽉 채워서 5점 주고 다시 또 드러누워서 잤습니다.
과할 정도로 잠을 자야 술이 깨니 하루 미친듯이 술을 마셔버리면 다음날 하루가 날라가버립니다.
낮잠을 자다가 오후에 일어나서 다시 토레타 마시고 입 헹구려고 물 한 컵 마시고 정신차려서 샤워 딱 하고 나와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오후 늦게 시작했는데 나름 오늘 일이 좀 풀리네요.
뭔가 술술 잘 풀려서 그래도 저녁 먹기 전에 끝낼 수 있었습니다.
저녁은 나가서 먹을까 아님 뭘 시켜먹을까 하다가 진짜 먹고싶은 것도 없고 할인하는 음식점도 없길래 그냥 라면이나 끓여서 먹었습니다.
계란 2개 넣고 냉동실에 비비고 김치만두 있는 거 대충 5개 털어서 넣고 김치랑 단무지랑 덜어서 끓여먹었더니 배도 부르고 좋네요.
라면국물은 남으면 배수구 막힐까봐 꼭 뜨거운 물 틀어놓고 설거지를 합니다.
먹을땐 좋은데 설거지할땐 귀찮은 게 라면이랑 스테이크처럼 기름 많이 나오는 것들입니다.
내일은 점심에 약속이 있어서 오랜만에 나갈 예정이고 올때 사 올 것들이 뭐 있는지 적어두고 나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