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는 굳이 마음에 없는 소리 하는 사람들을 실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식적인 것 같고 그냥 바로 본론을 꺼내면 되지 왜 굳이 저렇게 말을 빙빙 돌려서하나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그런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부부가 있고 그들이 부부싸움을 한 후에 남편이나 부인이 나에게 와서 상담을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해봅시다.
그럴때 누군가 더 큰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 자리에서 바로 팩폭을 날리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팩폭을 날리기 전에 일단은 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얘기를 충분히 끝까지 다 들어주면서 그런 상황이 있었구나 힘들었겠다 이렇게 맞장구를 치면서 상대방의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공감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상황이면 많이 힘들었을텐데 수고가 많았다는 말을 해주면 일단 상대방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아진다기보다는 누군가에게 내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어서 후련하다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겁니다.
그렇게 일단 기분을 풀어놓은 상태에서 이제 하나씩 팩폭을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반대로 내 얘기를 상대방이 경청해주게 됩니다.
처음부터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열지 않은 상태로 내 팩폭이 들어간다면 상대는 오히려 나에게 반감을 느낄 수 있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은 채 한쪽 편만 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진짜로 상대방의 얘기가 궁금하지 않아도 힘든 일을 겪었다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일단은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살면서 이렇게 했더니 상대방의 반응이 괜찮더라라는 데이터가 쌓여서 정립된 하나의 패턴입니다.
선 공감 후 팩폭을 해야 상대방이 화내지 않고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니 그러한 패턴으로 대화를 진행하는 겁니다.
그런데 전체적인 과정을 보지 못 하고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부분만을 꼬집어서 마음에 없는 소리 한다고 받아들이면 이는 인간관계에 대해 그만큼의 데이터가 쌓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T지만 내 마음속으로는 당장 팩폭을 갈기고 싶어도 일단 선 공감을 먼저 해주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데이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야 상대방이 좋아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마음 속으로는 본론만 바로 꺼내고 싶은데 굳이 빙빙 돌아가는 겁니다.
전화를 해서도 예전에는 바로 돈 빌려달라고 본론을 꺼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어디있는지 묻고 전화하기 괜찮은 상황인지 파악하고 밥 먹었나 물어보고 요즘 일은 어떤지 확인하고 그렇게 상대방과 일상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이 친구의 현재 상황을 분석합니다.
그 이후 고민이 있다면 일단 들어주고 그렇게 들어가다가 마지막에 슬슬 돈 이야기를 꺼내는 식입니다.
이게 참 속물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종의 돈 빌리는 전화예절이라고 보면 됩니다.
다 쓸데없는 과정같지만 인생의 빅데이터를 통해 정립된 최적의 패턴이라 생각하시면 되고 이것들이 쌓여서 탄탄한 인간관계를 구축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일상의 사소한 대화들을 기억하고 나중에 가끔씩 시간이 날때 그 친구와의 대화가 떠올랐을때 전화를 걸어서 그때 그건 잘 해결이 되었는지 한번씩 연락을 한다면 상대방은 나를 좋은 친구라고 생각할 겁니다.
정말로 궁금해서 전화를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생각이 나면 전화하는 습관도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할 말이 없고 궁금한 게 없는데 왜 연락을 해?? 라는 생각과는 다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궁금하지 않은데 물어보고 들어주는 것이나 본론부터 꺼내지 않고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 받는 것이나 할 말이 없어도 전화하는 이런 행동들은 인간관계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들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