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군대 부조리 이야기를 하면 미필이라 말을 지어낸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부대는 정말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돌아가며 고참이 어떤 또라이가 있었느냐에 따라서 군대의 질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게 됩니다.
특히나 부대원이 정말 소수인 곳은 고참 한두명으로 인해 부대 자체가 망가지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 자대배치를 받았을 때는 일병들의 눈탱이가 밤탱이로 부어올라있어서 속으로 이제 엿됐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알고보니 말년 병장이 술에 취한채 지 밑으로 다 바깥에 줄을 세워놓고 한명씩 순서대로 때렸다고 하더군요.
그 사건 때문에 그 병장은 14박15일 영창을 갔는데 딱 그 시기에 제가 자대배치를 받고 전입을 하게 된 거였습니다.
부대는 아주 뒤숭숭한 분위기였고 영창에 갔던 말년 병장은 쌍둥이어서 지 동생도 옆 내무반에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동생은 말리고 형은 애들 패고 그러다가 형만 영창을 가게 된 건데 이 때문에 동생도 약간 기분이 안 좋은 상태여서 다들 그 고참 눈치만 보곤 했었습니다.
그때 제가 이등병으로 자대배치를 받고 그 쌍둥이 동생 내무반으로 배정을 받았는데 이상한 거 하나하나 꼬투리를 잡고 괴롭히는데 이런 방법으로 괴롭히는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그것마저 어떻게든 적응하느라 애썼습니다.
심심하면 취사병한테 콜라 3캔만 가져오라고 시켜서 그걸 내밀며 다 마신 후 트림을 안 하면 그냥 넘어가고 트림을 하면 제 위로 다 집합이라고 협박하기도 하고 지나가면서 중요 부위를 만지고 가고 매일 저녁에 집합해서 기합주는 건 뭐 일상이었습니다.
이제 때리면 영창에 갈 수 있으니까 그냥 흔하게 할 수 있는 대가리박기나 팔굽혀펴기, 다같이 어깨동무하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시키더군요.
11시쯤 기합을 받기 시작해서 12시나 1시쯤 끝나면 내무반에 조용히 들어가서 잠을 자는데 잘때 코를 곤다고 방독면을 던져서 코뼈가 부러질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저희 부대에는 지켜야하는 몇가지 규율이 있었는데 상병 아래로는 샴푸 쓰지 않기, 피엑스는 일병 이상만 가기, 피엑스에 가도 냉동은 상병 이상만 돌려먹기 등등 아주 요상한 규칙들이 많았습니다.
모자는 상병 이후에나 구부릴 수 있고 계란후라이는 병장이 꺾이면 그때 취사병에게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식이었습니다.
당시 대대장은 퇴임을 앞둔 중령이었고 동네 공무원들이랑 아주 친하게 지내는 분이어서 부대내에서 벌어지는 일보다는 부대 외적인 일을 더 신경쓰는 편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공무원 가족들을 부대로 초청해서 짬 딸리는 이등병들이 서빙하고 아주머니들이랑 같이 춤춰주고 심지어 사격장에 올라가서 민간인들이 사격대회도 열고 그랬었습니다.
탄이 많이 남으니까 그거 소진시키겠다고 공무원들 데려다가 총 쏴보라고 하는 건 진짜 상급부대에 알려지면 난리가 날 일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쌍둥이 말년 병장들이 다 전역을 하고 대대장도 엄청 젊은 중령(진)으로 바뀌면서 군대 부조리 자체가 하나씩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짬이 차면 누릴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없어지고 짬이 딸릴때 겪었던 일들도 없어지게 된 것입니다.
뭔가 억울하긴 했지만 어차피 여기서 평생 살 것도 아니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생각으로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군생활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도 병장이 되면 계란후라이를 먹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가 취사병에게 개인음식 시키기 금지에 취사장 안으로 일반병은 못 들어가게 막히니 무지 억울하긴 하더군요ㅎ
아무튼 그 외에도 수많은 부조리들이 있었는데 지금 그 부대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끔 궁금하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