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굴 알레르기 때문에 익힌 굴도 못 먹습니다.
어렸을때는 이런 증상이 없었고 김장철에는 생굴을 수저로 퍼먹을 정도였습니다.
굴을 엄청 좋아해서 종로 3가에 있는 굴보쌈 골목도 자주 이용했었고 겨울철에는 굴찜을 하는 단골집이 있어서 거기가 찬바람이 불때쯤 영업을 시작했다고 하면 무조건 가서 소주에 석화를 먹곤 했습니다.
안양에 있는 굴따세라는 집인데 생굴보쌈도 먹고 굴찜도 먹고 굴떡국이며 뭐며 항상 같이 가는 멤버들이 있어서 여기 오픈했다고 하면 저녁에 달려가 오랜만에 지인들과 술도 마시고 굴도 먹곤 해왔습니다.
그렇게 오랜시간 굴을 먹고도 별 탈이 없었는데 갑자기 어느 날인가 기억도 안 나는 가게에서 생굴을 먹고 크게 탈이 난 적이 있었습니다.
집으로 왔는데 처음엔 배가 아프더니 이후 머리도 아프고 구토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설사를 하고 머리에서 열이 나서 다음날 병원까지 간 적이 있습니다.
한 이틀을 고생했었는데 처음엔 그냥 신선하지 않은 굴을 먹고 노로바이러스에 걸렸나보다 생각했고 이후 또 굴을 먹을 자리가 생겨서 신나게 굴을 먹고 왔는데 또 똑같이 머리가 어지럽고 구토가 나오고 설사를 하고 몸에 열이 나는 증상이 생겼습니다.
먹을때도 분명히 신선한 굴이었고 상태가 괜찮은 걸 확인했었는데 또 노로바이러스인가 그때부터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경험을 하게 되면서 이거는 내 체질이 바뀐거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경험은 바로 익힌 굴을 먹고도 똑같이 몸이 아픈 일을 겪게 된 것입니다.
생굴을 먹고난 저녁에 겪었던 것과 똑같이 구토가 나오고 머리가 어지럽고 이후 몸에 열이 나면서 오한도 와서 마치 몸살에 걸린 것처럼 드러눕게 되서 진짜 놀랐습니다.
익힌 굴은 노로바이러스와 전혀 상관이 없음에도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키니 그제서야 굴 알레르기 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알레르기라고 하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것만 생각할 수 있는데 알레르기는 피부에 두드러기가 나거나 발진, 가려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나이 먹고 면역력이 떨어지니까 이제 없던 알레르기도 다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없었던 알레르기가 생기는 것은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중년 이후에 갑자기 알레르기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는 몸에 이상이 있거나 면역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게 아니며 왜 알레르기가 생기는지 그 명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알레르기가 발생하면 그 음식은 안 먹는 게 원칙이라고 하니 저는 앞으로 생굴이든 익힌굴이든 아무것도 먹지 못 할 것 같습니다.
신기하게 굴소스를 넣은 음식은 괜찮던데 이건 왜 그런건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신선한 굴을 먹고도 탈이 나는 분들이 있다면 굴의 문제가 아니라 굴 알레르기 때문일 수도 있으니 자세한 건 병원에 가서 검사를 통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