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가는 선한 사람들을 그렇게 말하곤 하는데 지금 사회에서는 그 뜻이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범법자에게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을 붙이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동네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사건이 있어서 취재를 하러 나가보면 그 사람 절대 그런 사람 아니라고 감싸며 그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법이 없어야 자유롭게 살 범법자라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과거와 지금의 사회가 변했듯이 속담도 살짝 변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긴, 잘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사람이 선하고 너무 착하면 오히려 법이 그 사람을 지켜줘야 살 수 있습니다.
폭력배로부터 법이 선한 사람을 보호해줘야하고 음주운전자로부터 법이 그의 생명을 지켜줘야합니다.
정말 착한 사람은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법이 지켜줘야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반면에 범법자는 법이 없어야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의 규제를 법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범법자여야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이 딱 어울립니다.
70~90년대는 사람들이 질서를 딱딱 다 지켜가며 살지 않고 편법이 어느정도 허용되던 시기였습니다.
선생님들이 박봉이니 촌지를 받아도 된다는 시대였고 교통경찰이 도로교통에 힘쓰니 만원짜리 몇 장 찔러주는 게 당연하던 시대였습니다.
공무원들도 뒷돈을 챙기고 서로서로 그렇게 챙겨주던 시대였기 때문에 오히려 정말 착한 사람은 융통성이 없다며 무시를 당하던 차별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들은 당연히 작은 범죄 좀 저질렀다고 이 사람 자체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마인드가 기본으로 장착이 되어있습니다.
술 좀 먹고 운전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마인드인 것인데 지금 세대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사고방식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 시대의 ‘법 없이도 살 사람’과 지금 시대의 ‘법 없이도 살 사람’의 기준도 많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단어는 동일하지만 그 의미가 점점 변하고 있으니 이제는 범법자에게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문장을 써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세상에는 오히려 법을 안 지키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본인들 스스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는 모습들을 더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런 시대의 변화에 맞게 옛말도 점점 변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