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젊은 나이에 돈 없어서 연체자 된 이야기

원래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안 쓰는 스타일이라 저는 연체자 뭐 이런거랑은 아예 상관없는 인생을 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부모님이 너무 가난했었고 보증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나는 절대로 보증은 물론이고 대출도 받지 말아야겠다 하고 살았습니다.

원래 신용카드도 절대 안 만들고 계속 체크카드만 쓰면서 살았는데 처음으로 20대 후반 늦은 나이에 연애를 시작하면서 그 모든 게 다 허물어졌습니다.

월급 150만원으로는 데이트를 하기 너무 힘들었고 매일매일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은 사그라들지 않아서 결국은 신용카드를 만들고 이를 긁기 시작했습니다.

카드라는 게 처음 쓰는 게 어렵지 한 번 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익숙해지고 무감각해집니다.

150만원의 한도가 주어지면 그게 내 지갑에 들어있는 돈처럼 느껴져서 월급 150만원에 신용카드 150만원까지 같이 포함해서 계산하는 버릇이 생깁니다.

처음 카드를 사용한 것은 다같이 술을 마시러 가서 술집에서 대략 5만원정도 나왔을때였고 이게 정말 긁히는건가 했다가 정말 긁히니 너무 신기해서 바로 2차까지 카드로 쐈었습니다.

1~2차를 모두 계산하니 10만원이 넘게 나왔는데 상식적으로 월 150만원을 버는 사람의 씀씀이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에 1~2번정도 만나서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거의 일주일에 3~4번은 만나서 놀았으니 만날때마다 거의 10만원씩은 돈을 내야했고 한달에 노는 비용으로만 150만원을 다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만날때마다 10만원씩 한달에 15번을 만나면 150만원을 그대로 다 쓰게 되는 셈인데 휴대폰값도 있고 보험료도 있고 매달 나가는 비용들이 있으니 결국은 마이너스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이너스가 난 것은 다음달 월급이 들어오면 갚을 수 있으니 괜찮았지만 그게 다음달 월급이 들어와도 감당이 안 되는 수준까지 넘어가면서 일은 커졌습니다.

더군다나 다니던 회사에서도 짤려서 앞으로는 돈 나올 구멍이 없다는 걸 알게되니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혼자서 고민 많이 했었습니다.

카드는 연체가 시작되면 일단 문자가 오고 연체일이 길어지면 직접 전화가 옵니다.

전화가 올때쯤이면 카드도 정지가 될 거고 카드값을 빨리 오늘까지 상환하라는 전화를 매일매일 하는데 연체자가 이런거구나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독촉전화가 매일 오는데 이걸 안 받으면 더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하니까 안 받을 수도 없고;;

뭐 결국은 독하게 마음먹고 딱 1개월 보름동안 노가다 뛰어서 카드값 싹 갚고 남은 돈 50만원으로 다시 또 열심히 술 마시고 데이트하는데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 뒤로는 만나더라도 돈 좀 적게 쓰고 기본 일하는 거에 투잡으로 일을 더 하면서 버는 돈을 늘리는 방법으로 데이트를 계속 이어나갔는데 그때는 참 돈 팍팍 잘 쓰고 젊을때라 그런가 하루에 3~4시간만 자고 일해도 팔팔하니 아무 문제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진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데이트하고 술도 많이 마시고 생각해보면 진짜 그렇게 살던 시절이 있었다는 게 가장 신기합니다.

지금은 그렇게 살라고 하면 도저히 흉내도 못 낼 것 같네요.

그런 일이 있은 후로 카드는 주의해서 잘 조절하고 있고 회사도 더 큰 곳으로 옮겨서 월급도 많이 받고 나름의 안정을 찾게 되었는데 일단 카드연체는 다 갚으니까 풀렸고 연체기간이 3개월을 넘기지 않아서 그런가 신용불량자 등록은 다행이 되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3개월을 넘겨서 신용불량자가 되었다면 아마 직장도 제대로 못 구하고 더 큰 위기를 겪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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