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 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도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안 좋은 의미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어떤 일에 남보다 재미를 늦게 붙인 사람이 그 일에 더 열중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저는 두자릿수 곱셈을 다른 또래에 비해 늦게 배운 편입니다.
정신이 산만하여 수업시간에 집중을 할 수 없었고 결국 두자릿수 곱셈을 알려주던 시기에 이를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곱해야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진도를 놓쳐버리니까 아예 산수는 나에게 있어서 외계인들의 수업이 되었고 결국 이를 눈치챈 선생님이 저에게만 따로 숙제를 내준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걸 혼이 날까봐 두려워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고만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문제를 계속 살펴보다가 무심코 뒷자리부터 곱하고 그 다음 앞자리를 곱해서 더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해답은 맨 뒤에 나와있으니 그에 맞춰 풀기만 하면 되니까 이런저런 방법들을 다 쓰다가 우연찮게 정답을 알아낸 겁니다.
그걸 알게되니 너무 신기해서 모든 문제집에 있는 곱셈은 다 풀어보고 두번 세번 계속 곱해보고 하면서 새벽까지 곱셈에 열중했던 기억이 납니다.
말 그대로 날 새는 줄 모르고 곱셈에만 열중했던 시기였습니다.
제가 어렸을때에는 월리를 찾아라와 매직아이가 인기였었습니다.
윌리가 아니라 월리였던 것도 나중에서야 알겠고 월리는 시간을 할애하면 어떻게든 찾을 수 있었지만 매직아이는 도통 모르겠어서 스트레스가 막 쌓였던 기억이 납니다.
월리는 누가 찾기만 해도 거기 있었구나 하면서 답을 알 수 있지만 매직아이는 내가 보는 방법을 모르면 이 안에 뭐가 들었는지 전혀 알 수 없으니 엄청 답답했었습니다.
책받침에 있는 매직아이를 보면서 사팔뜨기 눈도 해보고 멀리보고 가까이보고 이것저것 다 해봐도 이를 봤다는 친구들처럼 그 안에 숫자나 그림이 전혀 나오지 않아서 그냥 포기했었습니다.
어렴풋이 뭔가 보이는가보다 하고서 포기를 했었는데 한 5년쯤 전인가 정말 우연히 스마트폰으로 매직아이를 보게 된 적이 있습니다.
옛날에 유행했던 매직아이라고 하면서 누가 올려놨길래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이를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을 거꾸로 돌려서 보기도 하고 화면을 흐리게도 해보고 환하게도 해보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그 안에 있는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한 번 보이니까 입체화면처럼 바로 눈에 들어오고 너무 신기했습니다.
이후로 매직아이를 검색해서 나오는 모든 그림을 새벽부터 아침 해가 뜰때까지 계속 찾아봤던 적이 있습니다.
너무 신기했고 재밌어서 이런 세계가 있구나하면서 그에 빠져서 날 새는 줄 몰랐던 겁니다.
수십년전에 알았던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된 그 신기함이란 참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잘 모르겠더군요.
그걸 경험하고서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라는 속담을 들으니 어렸을때 교실 생각도 나고 그저 웃음만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