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선 민둥산 완경사 코스 올라가다가 하늘이 노오래지는 경험을 했었습니다.
근처 식당에서 1만 3천원짜리 곤드레돌솥밥을 먹고 나올때까지만 해도 이런 사태가 벌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저것 반찬도 맛있고 밥도 맛있고 잘 먹었다 생각하면서 식당을 나와 증산초교 앞 민둥산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세웠고 주차장에 화장실도 있길래 볼 일도 다 보고 나왔습니다.
큰 일까지도 보고 나왔는데 아주 컨디션도 좋았고 몸 상태는 거의 최고조였습니다.
날씨도 화창했고 바람도 시원하고 해서 가방을 둘러메고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입구에서는 무인 토마토를 판매하는 곳도 있었고 거길 지나니 나그네쉼터에서 두 갈래 길이 나왔는데 왼쪽은 완경사와 급경사로 가는 길이었고 오른쪽은 적혀있지 않았지만 거북이쉼터 방향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저희는 왼쪽길로 올라가서 꽤나 높은 경사를 오르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슬슬 장운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민감성 대장증후군이 있기 때문에 뭔가 평소와는 다른 생활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을 하면 화장실을 자주 찾는 편인데 완경사와 급경사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부터 뭔가 안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표지판에서 저희는 완경사를 선택했고 이때부터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방금 전에 화장실을 가서 큰 일을 보고 왔었기 때문에 설마 그냥 배가 살짝 아픈거겠지 생각하면서 정선 민둥산 완경사 코스를 오르기 시작했고 슬슬 식은땀이 나면서 뭔가 불길한 느낌을 계속해서 받았습니다.
‘아니겠지, 아닐거야. 아까 화장실 갔다왔는데 왜 또 배가 아프겠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거는 그냥 잠깐 지나가는 배탈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평소에도 그렇게 살짝 부글대다가 다시 가라앉고 원래의 컨디션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종류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이때 그냥 다시 주차장으로 되돌아 내려가서 화장실을 갔으면 괜찮았을텐데 나름 입구에서부터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왔던 게 힘들어서였는지 다시 되돌아서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같이 간 일행들도 있으니 그냥 빨리 올라가자는 생각만 했고 정상에 올라가다보면 화장실이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무작정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그래도 괜찮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거 심상치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방을 일행에게 맡긴채 가방에 들어있는 모든 휴지를 다 긁어모은 후 일단 뛰듯이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몸을 피할 바위같은 게 있나 둘러보고 어디 볼 일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나 살펴봤는데 온통 사방이 다 뚫려있어서 볼 일을 볼 수 있는 공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위로 올라가다보면 중간 매점이라는 게 있다고 들은 게 있어서 그때부터는 진짜 아무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장문혈만을 눌러가며 미친듯이 정상을 향해서 올라갔습니다.
대충 한 30분은 넘게 걸었던 것 같은데 진짜 거의 쌀 뻔하기 직전까지 갔더니 중간 매점이 보였고 매점 주변을 살펴보니 50m옆에 간이화장실이 있다고 해서 겨우 큰 일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재래식화장실이고 문을 닫으면 안에 불도 들어오지 않는 간이화장실이었는데 그게 저를 살렸습니다.
꽤 오랜시간 산 길을 뛰듯이 올라오느라 다리에 힘이 없어서 쪼그려앉아서 있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바지에 지리지 않은 게 어디냐는 생각을 하면서 화장실을 다 쓰고 나왔더니 이마에선 땀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었고 잠시 뒤에 일행들이 와서 괜찮냐고 바지에 지린 건 아닌지 확인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ㅎ
중간 매점에는 간이화장실이 있지만 정상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화장실을 이용하실 분들은 중간에 있는 매점을 잘 기억하시기 바라며 출발할때는 꼭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에 들러서 속을 비우고 출발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