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땐 아부지가 낚시터에서 향어를 잡아오시면 집에서 항상 매운탕으로 끓여먹었습니다.
처음엔 엄마가 매운탕을 끓였는데 아부지가 맨날 낚시터를 가니까 엄마가 그거 좀 그만 가져오라고 짜증을 내시더군요ㅎ
그 뒤로는 아부지가 직접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본인이 잡아와서 본인이 끓이면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으니 직접 레시피를 배워오신 모양입니다.
그때만해도 인터넷이 없으니 수첩에다가 레시피를 다 적어서 음식을 만들어야했죠.
처음에는 그냥저냥이었는데 점점 아부지의 매운탕 솜씨가 올라가서 나중엔 도시락통에다가도 싸가고 그랬습니다.
국민학교 세대라 급식은 딱 국민학교에서만 먹었고 중고등학생때는 도시락을 싸서 다녔습니다.
겨울에는 보온도시락 동그랗고 길쭉한 걸 들고 다녔었는데 엄니가 도시락을 늦게 싸면 항상 수위실에다가 맡겼고 점심시간에 가보면 수위실앞에 도시락이 바글바글했습니다.
그러면 거기서 제 걸 찾아가지고 들고가는 겁니다.
민물매운탕에 들어가는 고기는 다 낚시터에서 잡은거라 항상 특유의 흙맛이 났습니다.
그것만 먹고 자랐기 때문에 저는 당연히 모든 매운탕에 들어가는 생선에는 다 흙맛이 나는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우럭매운탕을 먹고 진실을 알게 되었네요ㅎ
어릴땐 민물고기만 먹었고 회는 그리 많이 먹지 못했는데 제가 스스로 돈을 번 이후부터는 일주일에 2번 이상은 항상 광어랑 우럭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회에다가 소주를 마시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참치회를 알게되면서 진짜 눈에 뒤집혔는데 연어회도 저렴해지고 그러면서 생선회를 점점 다양하게 즐기게 되었습니다.
광어, 우럭, 연어, 참치, 숭어, 도미, 민어까지 이건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 벵에돔이랑 따돔도 먹고 그랬었는데 강원도쪽에 갔다가 송어회가 맛있다는 집이 있어서 포장해 먹은 기억도 있습니다.
송어는 민물고기인데 연어랑 비슷한 느낌이었고 가격도 꽤 저렴해서 대박이다 생각했는데 문득 민물고기를 회로 먹어도 되나 싶더군요.
알다시피 민물고기에는 기생충이 있을 수 있고 요즘에는 아무리 맑은 물에 사는 물고기라고 해도 기생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하니까요.
디스토마 어쩌고 하는 글도 자주 보여서 걱정을 했는데 제가 먹은 송어회는 양식으로 직접 키우는 걸 파는 집이라서 괜찮다고 들었습니다.
양식으로 키우면 사료를 먹이기 때문에 기생충이 생길 수 없다고 하네요.
그런데 오늘 유튜브를 보다가 어떤 분이 자연산 민물향어를 회로 먹는 먹방을 보여주길래 저거 자연산이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 영상을 끝까지 봤습니다.
맛있게 드시는 건 좋은데 양식도 아니고 자연산을 회로 먹는다고 하니까 걱정이 되더군요.
그래서 계속 봤는데 제가 착각한 거 였습니다.
자연산 민물향어가 아니라 자연인이 향어회 먹방을 한다고 써있는 자막을 제가 착각했네요.
그 분이 드시던 향어회는 양식이라서 안전하다고 중간에 설명까지 하셨습니다.
안전하다고 하니까 저도 먹고싶더라는ㅎㅎ
흔히들 향어는 껍질이 두꺼워서 기생충이 뚫고 들어가기가 힘들다고 하던데 그렇다고 아예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자연산이라고 직접 잡은 향어를 회로 드시는 일은 없으셨으면 합니다.
드시고 싶다면 양식장에서 잡은 걸로만 드시고 그래도 불안하다면 그냥 다른 생선을 드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디스토마약을 먹고 먹으면 된다는 분들도 있는데 간디스토마약은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습니다.
약국에 가서 달라면 주는 구충제와는 다릅니다.
병원에서 검사를 해서 기생충이 검출되었을때 처방을 내려주기 때문에 미리 먹을 수는 없으며 약국에서 파는 일반 구충제로는 예방할 수 없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