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갔다가 같이 밤샘 하고 와야하는데

내일 장례식장 갔다가 같이 밤샘 하고 올 생각입니다.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거기에 갈 계획인데 가장 친한 친구의 부모상이라서 잠시 사고가 멈춰버렸습니다.

장례식장에 가면 잠깐 가서 얼굴 보고 밥 먹고 아는 사람들이 많으면 같이 술도 마시고 고스톱도 치면서 새벽까지 같이 있어주는 게 보통입니다.

근데 최근까지 그렇게 친한 친구의 주변인들이 돌아가신 적이 없어서 갑자기 그때 어떻게 했는지 기억을 더듬어보고 있는 중입니다.

어릴적 친구라서 아는 다른 친구들도 많이 올테니 아마도 새벽까지 같이 술마시고 자리를 지키다가 새벽에 찜질방을 가던가 잠깐 자고 다시 다음날 모일 것 같은데 오랜만에 가려니 이것도 참 가물가물합니다.

장례식장에는 따로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고인의 가족들은 손님들이 다 빠지면 바닥에서 그냥 잠을 자고 나머지 손님들도 바닥에서 그냥 자거나 아니면 집에 갔다가 다시 오거나 혹은 근처에 숙소를 잡아야 합니다.

3일장이면 3일째 되는 날 오전에 발인을 합니다.

그러니까 상주 곁에 계속 같이 있어주려면 장례식은 첫날이랑 둘째날까지 같이 있어주고 셋째날 오전에 발인할때까지 같이 있어주면 됩니다.

그리고 장지에 가서 운구하고 대절한 버스를 타고 다시 원래 장례식장으로 돌아오면 끝입니다.

한동안은 주변에 안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아서 검은 양복을 꺼낼 일이 없었는데 미리 꺼내봐서 바지가 잘 맞는지 다시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에도 많이 작아서 하루 밤새는 동안 정말 힘들었는데 이번에도 작으면 어쩔 수 없이 자크 풀고 벨트로 좀 동여매던지 해야겠습니다.

장례식장에 가면 하루종일 있어도 뭔가 배고프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분위기가 그렇게 만드는건지 아니면 별다른 움직임없이 계속 앉아서 먹기만 해서 그러는건지 허기가 느껴지지 않고 뭔가 맛도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때 되면 육개장에 밥 먹고 앉아있다가 손님들 오면 상주한테 알려주고 아는 손님이 오면 같이 앉아서 또 이야기하고 그렇게 3일을 보내면 됩니다.

상주가 왔다갔다하느라 힘들지 손님은 뭐 별로 하는 것도 없습니다.

가면 뭘 해야하나 생각하지만 막상 가서 아는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금방 시간이 훅 지나갑니다.

그러다가 저녁 늦은 시간이 되면 이제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가고 계속 상주랑 같이 있어줄 사람들이 남아서 술을 마시던지 그렇게 밤을 새곤 합니다.

새벽에는 손님이 거의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음식 해주는 이모도 시간이 되면 저녁에 다 퇴근을 합니다.

퇴근할때 음식들 어디에 있으니까 손님들 오면 챙겨주시라고 이야기 다 해주고 가십니다.

젊을때는 거기 있는 술 다 꺼내먹으면서 다음날 아침 동이 틀때까지 있다가 아침이 밝으면 좀 이따 온다고 하고 다같이 사우나가서 잠깐 쉬고 다시 모이곤 했습니다.

사우나에서 쪽잠을 자고 오는 사람도 있고 찜질방에서 자고 오는 사람도 있고 집에 갔다가 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건 본인이 알아서 하셔야하지만 장례식장이랑 집이 멀리 떨어져있다면 그때는 근처 찜질방을 갔다가 오는 게 낫습니다.

가면 뭘 해야하나 오랜만에 생각하려니 잠깐 사고가 정지되었는데 전에 어떻게 했는지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하나둘씩 슬슬 떠오르긴 하네요.

가장 친한 친구의 부모상이니 최대한 같이 있어주고 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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